천안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 첫 기차(KTX)를 타고 출근합니다. 비몽사몽 서울역에 도착하면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강제 텐션업! 회사에 도착해서 자리를 정리하고 간단하게 메일을 확인 후 팀원들과 Tea Time을 가집니다.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Work Load가 많이 다른데, 주로 오전에는 메일 업무 처리 및 기술 자료 확인을 하는 편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취미 활동을 하는데, 근처 실내 클라이밍 장에서 약 1시간 정도 클라이밍 (볼더링)을 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후 회사로 복귀를 합니다. 오후에는 오전에 정리했던 것들 위주로 회의, 통화 등 활동적인 업무를 합니다.

어떤 날은 회의만 하고, 어떤 날은 Vendor Print만 보고, 어떤 날은 기술 동향만 살펴보고 매일매일 다른 것 같아요. 그렇게 오후를 보내면 퇴근 시간. 집으로 출근해서 역할 놀이를 좋아하는 4살 아이와 정신없이 놀다 보면 잠잘 시간이 됩니다. 오늘은 기필코 아이 재우고 예능 봐야지 굳은 결심을 하지만, 늘 항상 아이보다 먼저 잠이 드는 워킹맘의 하루입니다.

플랜트사업부 기계토건설계팀에서 회전 기계의 설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다양한 개발, 입찰, 실행 Project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여수 지역에 질산 40만톤 증설 Project에서 펌프, 압축기 등 여러 회전 기계들을 맡고 있습니다. 기계는 플랜트의 심장입니다. 고급 기술의 집합체인 기계가 프로젝트 초기 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에 기계 설계에서는 사업주의 요구 사항을 꼼꼼히 검토하고, Process에 적합한 기계 사양으로 최적화하여 구매 요청서 (RFQ)를 작성합니다.

견적 단계에서는 기술적인 사항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TBE), 발주 후에는 기계 도면 및 서류(Vendor Print)를 검토합니다. 제작 이후에는 품질 검사, 현장 설치 및 시운전까지 Support를 합니다. 이처럼 기계 설계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시운전까지 플랜트의 심장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살피는 업무를 합니다.

설계 도면에서 사소하게 놓친 하나가 현장에서 발견될 경우 공사 지연, 추가 발주 등 큰 Impact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설계에서는 Lessons Learned, Best Practice 등 업무 중 발생한 일련의 Issue를 공유하고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성과품 작성 시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 놓습니다. 대리 시절 작성해 놓은 Lessons Learned를 보고 후배가 사전에 잘 확인하여 조치를 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보람을 느꼈습니다.

설계팀 특성상 인원 변동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계 파트 경우 대부분 10년 이상을 함께 한 동료들로 서슴없이 장난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발 벗고 도와주는 끈끈한 분위기입니다. 협업이 중요한 업무라 설계 전체 분위기를 향상시키기 위해 담당 임원, 팀장님 그리고 파트장님 모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설계 단합 대회를 진행했는데, 유관 부서와 함께 축구, 볼링, 테니스 등 여러 스포츠를 함께 즐기고 저녁에 식사를 같이 하면서 친목을 다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높은 구두에 늘씬한 몸매가 돋보이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회의를 주도하는 프로페셔널한 직장인!을 꿈꿨으나, 현실은 편한 로퍼에 퍼진 몸매를 가리기 위한 루즈핏 옷을 걸치고 있습니다. 사실 입사를 한지 오래돼서 예전에 어떤 회사 생활을 기대했는지 잘 생각 나진 않습니다. 다만, 회사가 가기 싫은 곳이 아니고 여기서 뭔가 더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걸 보면 제가 기대했던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더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워라밸을 실현하게끔 지원해 주는 안식월, 아빠 휴가, 일 가정 양립지원 (난임 휴가, 돌봄 휴가 등)이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과장 진급 후 안식월 기간에 부모님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효도도 하고 스스로 Refresh를 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시험관 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난임 휴가를 사용하여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술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예쁜 딸아이도 낳았습니다 ^ㅡ^) 회사의 지원으로 가정을 잘 돌볼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습니다. 한화 좋습니다!

기본적인 기계공학의 전공 지식이 필요하며, 프로젝트(품질, 가격, 일정, 절차 등)의 이해가 높으면 좋습니다. 또한 API, ASME 등 설계 code 및 standard가 대부분 영어로 작성되어 있고, 해외 Vendor와의 업무도 잦기 때문에 외국어 (영어) 능력이 출중하다면 필시 업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스펙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업무를 하면서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기계 설계는 설계 파트 및 사업관리, 품질관리, 시공 등 모든 부서와 협업을 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계 구매가 매우 중요한 업무이므로 사업주, 업체와의 긴밀한 소통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가진 커뮤니케이터로의 준비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